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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화

개발자의 3M 라이트스텝과 슈맥스 스핀업터프 비교

 

 

 

시작에 앞서 저는 3M에서 최초로 안전화 개발을 진행한 엔지니어였습니다. 개발자의 전문적인 시각에서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소비자로서 꼭 아셔야할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간 포스팅을 미뤄왔던 것은 제가 근무했던 3M 이라는 회사가 안전화 사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3M 라이트스텝이란 제품이 단종 후 시장에서 재고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기다린 나름대로의 너그러움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본 포스팅을 읽고 나면 3M 라이트스텝이란 제품은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왼쪽에 토캡부분 러버패치에 3M이 인쇄된 제품이 라이트스텝, 우측 H2T로고가 보이는 제품이 스핀업터프

 

제 기억이 맞다면 2012년쯤이었습니다. 3M에서 여러해 동안 간만보고 있었던 안전화 개발이라는 난제가 저에게 부여되었습니다. 제 블로그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국내 11번째 미국산업위생기술사(US CIH)로서 마스크 분야 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안전화 개발은 그 이전의 일입니다. 3M에서 10년간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던 회사생활을 정리하는 자리는 아니기에 이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추진력 만큼은 꽤나 우수했다고 생각하는 저는 3M 최초로 안전화를 출시하기 까지 하드캐리하였습니다.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그 때 출시된 제품이 3M의 망작 중 하나인 2510 안전화입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2016년 제 후임 엔지니어가 3M 안전화를 OEM 제작하던 (3M은 공식적으로 안전화 사업을 접었습니다.) (주)슈맥스와 협업하여 그간의 망작시리즈인 2510, 2520, 4510 의 실패를 뒤집을 히트작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사실 실패작들이 모두 제 작품이었습니다.) 안전화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그 제품의 정식 몀칙은 3M Light Step S 입니다.

 

2019년 저는 퇴사를 하게 되고 3M Light Step S 의 단종예정 소식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주)슈맥스 본사가 있는 부산으을 방문하여 3M Light Step S 를 시장의 요구에 맞게 개선하여 제품을 출시하자는 합의를 도출해내게 됩니다. 그리하여 제가 대표로 있는 파이브택(주)가 총판권을 갖고 있는 국내 최경량, 또는 세계최경량(현재까지 제가 조사한 바로서는 더 이상 가벼운 6인치 안전화는 전세계적으로 없습니다) 6인치 안전화 "SPINUP TOUGH"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6월 출시, 약 1년여간의 개발기간이 소요되었습니다)

 

뒤쪽의 약간 낮은 신발이 3M 라이트스텝, 앞쪽의 신발이 스핀업터프

 

지금에서야 공개하지만 3M 라이트스텝은 개발과정에서 몇가지 오류가 있는 제품입니다.

 

3M 라이트스텝의 오류 중 첫번째는 5인치 안전화라는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국내시장에서 실내작업은 4인치, 건설을 포함한 실외작업은 6인치가 표준이 되어 있습니다. 3M 은 이 두가지 시장 모두를 차지하겠다는 생각에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5인치 안전화를 출시했습니다. 그리고는 공식적으로 5인치라는 것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고 6인치를 찾으면 6인치인 것 처럼, 4인치를 찾으면 4인치인 것 처럼 영업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제가 스핀업터프(SPINUP TOUGH)를 (주)슈맥스와 개발하면서 이 점을 고쳤습니다. 정직하게 판매할 수 있는 6인치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래서 건설작업자분들과 실외작업자분들이 자신있게 신발을 신고 다닐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파는 사람이 떳떳하지 못하고 소비자가 떳떳하지 못하다면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하단의 3M 라이트스텝의 아웃솔과 상단의 스핀업터프(SPINUP TOUGH) 아웃솔

 

3M 라이트스텝의 밑창을 보면 노란색 미끄럼 방지 패턴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끄럼 방지 패턴이 들어간 이유도 사실 5인치 안전화를 개발한 이유와 유사합니다. 실내용 4인치 안전화는 미끄럼 방지기능이 선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 넓지는 않지만 애매한 크기의 미끄럼 방지 패턴을 넣어서 2급 미끄럼 방지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1년 정도 착용했던 3M 라이트스텝과 2020년 6월 출시 이후부터 지금도 매일 착용하고 있는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제품의 밑창입니다. 미끄럼방지 깔창은 기름이 있는 바닥에서 우수한 접지력을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노면조건에서는 먼지나 흙이 패턴에 달라붙어 신발을 매우 무겁게 합니다. 그리고 정말 않좋은 것은 개똥 밟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통상 아웃도어용 안전화는 약간은 다른 밑창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의 밑창은 아웃도용 전용입니다. 그래서 장시간 사용해도 흙이나 먼지가 바닥면에 잔류하지 않습니다. 동일한 밑창이 미국 Sketchers 안전화에 사용되니 신뢰하셔도 좋습니다. (대외비이긴 하나 (주)슈맥스는 미국 Sketchers 안전화 OEM 공급사입니다.)

 

 

왼쪽이 최신 다이얼 시스템의 스핀업터프(SPINUP TOUGH) 우측이 신끈 조임방식의 3M 라이트스텝

 

드디어 다이얼이 적용되었습니다!!
그래서 SPINUP 이라는 거창한 네이밍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기존 3M 라이트스텝과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를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요소는 다이얼 시스템일 겁니다. 사실 3M 라이트스텝이 출시되던 2016년에도 다이얼을 장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OEM 제품의 특성상 너무 고가의 소재를 사용하면 마진률 구조상 제품가가 너무 올라갑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신끈 방식의 조임구조를 가진 전통적인 안전화가 되었습니다.

 

OEM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당당히 40년 역사의 (주)슈맥스 브랜드로 출시된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는 드디어 최신 다이얼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OEM이 아닌 자체 브랜드이기에 가능한 아낌없는 투자였습니다. 신발끈을 조여맨다는 Tighten Up 이라는 영어표현에 다이얼을 돌린다는 Spin 을 결합하여 다이얼을 돌려서 신발을 조여맨다는 SPINUP 시리즈의 네이밍이 완성되었습니다. SPINUP TOUGH는 앞으로 출시될 여러 SPINUP 시리즈들의 맞형입니다. 유튜브에 "안전화"로 검색하시면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동영상을 보실 수 있는데 4인치 제품과 빙판용 제품인 SPINUP LITE 와 SPINUP ICE 제품이 개발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다이얼을 장착했지만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와 3M 라이트스텝의 가격차이는 없습니다)

 

 

 

400g 대 안전화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출현 전까지 국내 최경량 3M 라이트스텝
스핀업터프

 

3M 라이트스텝이 시장에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500g 초반대의 믿을 수 없는 무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제품의 광고카피를 보면 3M 의 혁신적인 글라스 버블 기술이 적용되어 안전화로서 불가능한 무게를 실현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위의 좌측사진을 보시면 제가 신는 285mm 기준으로 536.4g 인것 을 알 수 있습니다. 3M 라이트스텝은 265mm 기준으로는 500g 정도로 추측됩니다.

400g 대 안전화가 출현했습니다.
6인치 안전화의 혁명입니다.

 

(주)슈맥스와 파이브택(주)는 그간 3M 라이트스텝이 자랑하던 경량화라는 무기를 더욱 갈고 닦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65mm 기준 450g 이라는 믿을 수 없는 무게를 창조해냈습니다. 위 사진을 보시면 285mm 인 제 안전화가 485g 이라는 말도 안되는 무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00g 안전화와 450g 안전화는 개발자의 솔직한 체감을 말씀드리면.... 500g 은 안전화로서 정말 가볍습니다. 450g 은 안전화라는 것을 느낄 수 없습니다.

 

500g 안전화는 정말 가볍습니다.
450g 은 안전화가 아닙니다.

 

3M 라이트스텝 신발라벨
세계최경량 안전화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신발라벨

 

3M 라이트스텝에서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로 가면서 라벨에서 한국쓰리엠주식회사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3M 라이트스텝도 제조업의 글로벌화와 더불어 2018년부터 (주)슈맥스의 베트남공장에서 생산되어 수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핀업터프 (SPINUP TOUGH) 또한 현재 (주)슈맥스의 베트남 법인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제조번호 및 년월일을 보시면 좌측이 S5-1606 으로 되어 있는데 이건 2016년 6월 생산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우측은 S6-2005 로 되어 있는데 이건 2020년 5월 생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안전인증번호의 경우 좌측을 보면 16-AV2CR 로 되어 있는데 2016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는 의미 입니다. 우측의 19-AV4CR 은 예상하시는 대로 2019년 인증을 받은 제품입니다.

 

 

 

3M 최초의 안전화 2510

 

2012년 제가 처음 개발했던 안전화는 3M 2510 이라는 매우 투박한 모델입니다. 국내가 아닌 글로벌 디자인 추세를 따라서 디자인 되었으며 고가 소재인 누벅가죽을 재단하지 않고 통짜로 두른 진정한 프리미엄을 지향한 제품이었습니다. 신발 전면 3M 마크는 인쇄가 아닌 열전사 방식으로 고급스럽게 가죽에 태워서 각인하고 토캡의 3M 마크는 스탬핑을 하였습니다. 방투습 기능까지 욕심을 내서 지금은 지벤안전화가 쓰고 있는 심파텍스를 사용했습니다. (제가 안전화를 개발하던 당시에는 지벤은 안전화 사업은 진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742g 안전화

 

하지만 당시에 이 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개발팀이 생각하던 바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의도했던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안전화와는 달리 대부분 가볍다는 부분에 더욱 만족해 했습니다. 지금은 조금 충격적이지만 당시에는 700g 대 안전화는 꽤나 가벼운 축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용접에 흥미가 생겨 이제품을 신고서 용접을 배우러 다녔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발목이 많이 저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안전화들은 1kg 에 육박했으니 700g 대 안전화도 가벼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왜 근로자 분들이 안전화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다들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안전화를 구매하실 때 한가지 팁을 드리면, OEM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별하는 방법은 안전화 안전인증서를 보시면됩니다. 인증서에 기재된 제조자와 안전화 브랜드를 갖고 있는 판매자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다면 OEM 제품이고 제품에 일정부분 판매자 마진이 반영되어 제품 가격이 품질에 비해 고가일 경우가 많습니다.

 

스핀업터프(SPINUP TOUGH)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 홈페이지에 하단에 기재된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 바랍니다.

http://www.5tech.co.kr

 

 

 

 

#글라스버블 #2510 #2520